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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워싱턴 Washington D.C.

by 심려자 2022. 4. 10.

대학생 때 영어 과외를 했는데 D.C.가 무슨 약자냐고 물어보길래 솔직하게 모른다고 하지 못하고 직할시 같은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얼핏 들어 Direct City 라고 가르쳤던 기억이 있다. (영문도 모르던 영문과 학생이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District of Columbia 란다. 컬럼비아는 미대륙을 발견한 (유럽인들 입장에서) Columbus 의 여성형 명사인데 독립전쟁 때 미국인들이 자기 나라를 지칭하는 이름으로 쓰기 시작했다. 미국이 United States of Columbia 가 될수도 있었던 것이다. America 의 어원이 된 Amerigo Vespucci 는 컬럼버스가 상륙한 땅이 인도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한 사람이니 어찌보면 아메리카보다 컬럼비아가 더 적절할 수도 있었겠다. 

워싱턴 D.C. 가는 기차. 별로 좋지도 빠르지도 않고 비싸기만한 Acela 타지말고 Northeaste Regional 탈것

 

어쨌든 컬럼비아는 미국의 별명이 되었고 컬럼비아 영화사 로고같은 여신의 이미지로 표현되기도 했는데 자유의 여신상의 이미지와 겹치면서 1920년대 부터 덜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영화사, 대학교, 그리고 미국의 수도의 이름으로 남아있다.  위싱턴 디씨는 1800년도에 완성되어 의회도 여기서 열리기 시작하고 제 2대 대통령 존 애덤스가 백악관에 이사들어갔다고 한다. (1800 년은 조선에서는 정조가 사망하고 순조가 즉위한 해이다. 독립국가로서 미국은 정조 대왕 때 시작된 것이다.) 워싱턴의 면적은 (177 ) 서울의 (605) 3분의 1 이 채 안되는데 내 느낌으론 훨씬 더 작게 느껴지고 인구는 70만도 안된다.

D.C. 지하철은 뉴욕보다 훨씬 깨끗하고 좋다.

뉴욕서 워싱턴의 거리는 (329km) 서울 부산 거리와 거의 같다 (325km). 뉴욕서 제일 빠른 (그리고 비싼) 기차 Acela 를 타고 갔는데 4 시간 걸린다 (321불, 약 39 만원). 서울 부산 KTX (2시간 40 분 걸리고 6만원) 보다 훨씬 비싸고 느리다. 워싱턴 시내 거리는 교통 체증으로 늘 막히기도 하지만 거리가 미로 처럼 복잡하다.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거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설도 있는데 사실은 뉴욕처럼 바둑판 모양의 도로를 가지고 있는 계획 도시이다. 문제는 바둑판 거리를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방사형 도로가 아주 많다는 것이다. 뉴욕의 경우 바둑판 거리들을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큰 도로는 브로드웨이 하나밖에 없다. 

 

워싱턴의 관광의 핵심은 당연히 백악관과 국회의사당, 대법원, 박물관, 워싱턴 기념탑, 링컨 동상등이 몰려있는 “몰” (The National Mall) 과 그 주변이다. 쇼핑센터도 아닌데 몰이라고 하는 이유는 런던 버킹엄 궁전 앞의 거리를 몰이라고 불렀던 것을 따온 것이라 한다. 원래 몰 (Mall) 의 어원은 크로켓 게임의 원조 격인 중세 유럽의 게임을 Pall-Mall 이라 불렀고 버킹엄 궁전 앞의  거리서 그 게임을 했었는데 나중에 그 거리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거리가 되면서 몰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광화문 앞 광장과 거리에 해당하는 것이 몰인 것이다. 

 

이번에 방문했을 때 4월 초 였는데 벚꽃은 끝 무렵 이었지만 워싱턴 벚꽃 축제는 아직 진행 중이었다. 벚꽃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은 “몰” 과 포토맥 강 사이의 인공 저수지 (The Tidal Basin) 를 한바퀴 도는 길이다. 도쿄 시장이 1912 년에 벚꽃 나무 3천 그루 (3,020) 를 기증해서 시작된 벚꽃 축제엔 일본 항공 (ANA) 가 후원하는 일본 문화 행사도  여기저기 보인다. 2차 대전 당시 일본이 하와이를 폭격 했을 때 화난 시민들이 몇그루 베기도 했다는데 워싱턴 벚꽃 축제는 여전히 미국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다. 벚꽃 축제 기간에 백오십만명 정도가 방문한다고 한다. 

이 저수지 둘레엔 미국 역사의 중요한 인물들의 동상과 조형물 등이 설치되어 있다. 3대 대통령 제퍼슨의 동상,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과 그의 부인이고 인권 운동가이며 초대 UN 미국 대표 엘리노어 프랭클린 동상,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 동상, 미국 헌법 제정과 권리 장전 제정 등에 기여한 조지 메이슨  등이 있다. 이사람들보다 한 급 위라고  여겨지는 조지 워싱턴과 링컨의 조형물은 저수지 주변보다 더 중요한 위치 즉 몰의 중간과 서쪽 끝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없는 동상이 있다. 제퍼슨의 라이벌이었던 제2대 대통령 (이자 초대부통령)  존 아담스이다. 아담스는 독립선언 초안 작성을 포함한 건국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다. 최소한 조지 메이슨보다는 먼저 동상이 세워졌어야 하지 않나 싶다. (조지 메이슨 덕분(?) 에 미국인들의 총기소지의 헌법적 권리가 보장되었고 2020년에 45,222 명이 총기 사고로 죽었는데 워싱턴 D.C. 가 그중 가장 총기사고 비율이 높은 지역 중 하나이다.) 아담스의 동상은 미의회에서 계획중에 있긴한데 아담스 가족을 포함한 기념 조형물로 계획중이라 한다. (아담스의 아들은 6대 대통령이다.)

참고: https://www.mypsycho.info/entry/미국-2-대-대통령-존-아담스?category=184081 [www.mypsycho.info]

 

또 한가지 워싱턴에 대하여 특기할만한 점은 워싱턴 시민은 국회의원 (상하원) 선거에 투표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상하원 의원은 주에서 뽑는데 연방정부 직속이라 주에 속해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대통령 선거에는 1961 년에 헌법을 개정해서 투표할 수 있도록 했다.) 워싱턴은 작은 지역이지만 인구로 따지면 이곳보다 적은  주가 둘이나 있다고 한다. 이때문에 워싱턴 디씨의 주 승격을 위한 요구가 많고 2021 년에 이에 관련된 법이 하원을 통과하긴 했는데 상원을 통과할지 의문이다. 새로운 민주당 상원 의원 두명이 생길까봐 공화당에서 반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통과하더라도 위헌소지도 있다. 헌법에 워싱턴이 연방의회 직할지역이라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뉴욕서 워싱턴 오가는 길엔 볼티모어 게 식당에 들리는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