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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맨해튼 역사 기행 10 - The High Line

by 심려자 2023. 4. 7.

맨해튼 역사 기행 10 - 하이라인

The high line (park) 은 최근에 만들어진 곳이지만 맨해튼의 10대 관광 명소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U.S. News & World Report,Time Out). 하이라인은 고가 기찻길을 산책로로 바꾼 것이고 서울역 앞 “하늘 공원” 의 모델이 된 곳이다. 하이라인은 식료품을 수송하는 화물열차가 다니던 곳이었고 원래는 고가도로가 아닌 지상철도였다. 그런데 기차에 치어 죽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생겨 죽음의 거리 (Avenue of Death) 라고 불렀다고 한다. 결국 1933년에는 사고를 막기 위해 고가철도로 바꾸었다. 그러다 주 운송수단이 트럭으로 바뀌면서 1980년대부터 사용이 중단되었고 철거하려 하다가 시민들의 제안으로 공원화 된 것이다.

2009년 부터 개방되기 시작하여 현재 (2023) 1.45 mile (2.3km) 길이의 공원으로 확장되었다. 주말에 가면 사람들이 좀 많기는 해도 다양한 도시의 풍경이 펼쳐지는 길이고 현대 작가들의 조형물들이 계속 바뀌면서 전시되어 여러번 가도 싫증이 나지 않는 곳이다. 하이라인의 북쪽 끝 근처엔 뉴저지를 왕복하는 페리 터미널이 있어서 (Midtown 39 street) 뉴저지에서 허드슨 강을 건너와 허드슨 야드 - 하이라인 - 첼시 마켓 - 그리니치 빌리지로 이어지는 아주 훌륭한 산책코스를 즐길 수 있다. 
 

The High Line. 아주 오래된 아파트들과 새로 지은 고급 콘도들이 섞여있다.

 


하이라인의 북쪽 끝이 Hudson Yards 이다. 허드슨 야드는 기차들을 세워 놓는 거대한 주차장이었는데 최근에 주상 복합 단지로 개발된 지역이다. 이곳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축물은  뒤집어진 원뿔모양의 Vessel 이다. 16층에 2500 계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든 계단을 걸으면 1 mile (1.6km) 라고 한다. 걸어 올라가 보면 경치도 좋고 옆 아파트 사는 사람들 산책/운동 코스로 좋겠다 싶었는데 젊은 친구들이 연달아 뛰어내려 자살하는 바람에 (이제까지 세명) 요샌 올라가지 못하게 막아 놓았다. 지난번에 가 보았을 때 아래층은 다시 개방한 듯 보였다. 배 (선박) 라는 뜻으로 Vessel 이라는 이름을 쓴 모양인데 임시로 쓴 이름이고 정식 이름을 공모 중이라고 한다.
 

Hudson Yards. 새로 지은 건물들 가운데 Vessel 이 살짝 보인다.

 
 

Vessel. 이때만 해도 올라갈 수 있었다.


허드슨 야드 (30-41st, 8 ave 서쪽) 는 Hell’s kitchen 이라 부르는 지역 (34-59st, 8th Ave 의 서쪽) 과 겹친다. 헬스키친 이라는 명칭은 지옥보다 더 나쁜 곳 (지옥에서도 제일 나쁜 지역) 이라는 의미이다.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19세기 말 이 지역에 가난한 아일랜드 이민자들의 쪽방촌이 있었는데 당시 뉴욕에서 제일 더럽고 범죄/살인사건이 많이 일어나고 갱단이 창궐했던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 경찰관이 이 지역을 지옥같다고 했더니 옆에 있던 동료가 지옥보다 더 나쁘다고 했다는 얘기에서 이같은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19세기 중반에 감자가 주식이던 아일랜드에서 감자 전염병이 돌면서 백만명이 굶어죽고 백만명이 이민을 나갔는데 그 중 많은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민 오면서 "헬스키친" 지역에 정착하게 되었다 (대기근 직전 아일랜드 인구가 8백만 정도 되었다고 하니 인구의 4/1 이 줄어든 것이다). 당시 미국으로 이민 온 아이리쉬들은 흑인과 동급으로 차별 받으면서 흑인들과 일자리를 다투며 살았다고 한다. 헬스키친 지역과 허드슨 야드 그리고 하이라인 주변 지역을 포함한 맨해튼 서쪽 지역 (허드슨 강가 지역) 은 21 세기 초반에 개발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이다.  뉴욕시에서 새로 지은 현대식 고층 아파트들은 대부분 이 지역에 몰려있다. 

하이라인을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다 첼시 마켓이 나오면 하이라인이 거의 끝나간다는 뜻이다. 원래 오레오 쿠키를 처음 만든 과자 공장 (NABISCO) 이었는데 구글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보다 비싼 가격에 샀다고 한다. 그러나 1층과 지하 층은 구글스러운 것은 전혀 없고 주로 식당, 카페, 빵집들이 들어서 있는데 20세기 초반 분위기를 담고 있어서 인기가 있는 듯 하다. (구글 오피스 건물은 길 건너에 있다.) 옆 건물에 새로 생긴 스타벅스 리저브 (술도 팔고 피자도 파는) 도 첼시마켓 만큼이나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Chelsea Market. 기차길이 건물을 관통한다. 오레오 과자 운송하기 편리했을 듯.

 

Chelsea Market. 높지는 않아도 엄청 넓다. 한블럭을 다 차지.


하이라인이 남쪽에서 끝나는 지역을 Meatpacking district 라고 부른다. 20세기 초반에 이곳에 250 개가 넘는 도축장과 도축된 고기를 포장하는 공장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위에 언급된 지역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젠트리피케이션을 거쳐 요샌 고급 식당들과 비싼 옷가게들이 들어선 지역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지금도 도축장이 몇개 보이긴 한다. 여기서 조금 강쪽으로 걸어가면 최근에 만든 리틀 아일랜드라는 인공 섬이 있는데 막상 가보면 좀 전망이 좀 아쉽다. 이런건 강건너 뉴저지 쪽에 만들었었어야 경치가 좋았을텐데. 
 
 

Little Island




조금 더 내려오면 Greenwich Village. 평범한 빌딩을 사람들이 사진 찍고 있는 이유는 오래된 TV sitcom (Friends)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