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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개론

정신 질환의 진단 - 우울증

by 심려자 2024. 3. 12.

정신 질환의 진단

 

정신 질환은 육체 질환에 비해 진단이 어렵다. 육체적 질환은 체온이라든가 피검사, 엑스레이 등등 객관적 진단 근거가 있는데 정신 질환의 증상은 애매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불안증세나 우울증세 등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가지고 있어서 어느 정도 심해야 정식으로 진단을 내려야 하는지 애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발간하는 진단 매뉴얼 (DSM-5) 에는 아주 상세한 진단 기준이 기술되어 있다. 예를 들어 주요 우울 장애 (Major depressive disorder) 의 진단 기준은 

 

일단  (1) 우울한 기분 또는 (2) 어떤 일에도 흥미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증세 (anhedonia) 가 있어야 하고 

(3) 거의 매일 느끼는 피로감과 무기력감 

(4) 이유 없는 죄책감과 자신이 아무런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느낌

(5) 집중력의 감소와 우유부단함

(6) 반복되는 죽음과 자살에 대한 생각

(7) 식욕과 체중의 변화 

(8) 반복되는 불면증이나 과다 수면

 

등의 증상 중 5개 이상을 거의 매일 2주 이상 보여야 한다. 

 

DSM 은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만든 진단 매뉴얼 이지만 한국에서도 쓰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는 진단 매뉴얼은 세계 보건 기구 (WHO, World Health Organization) 에서 만든 ICD (The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이다. 그런데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따로 만드는 DSM 을 한국을 포함한 호주 대만 등에서 쓰는 이유는 더 자세한 진단 정보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DSM 과 ICD 는 협력관계이기 때문에 대체로 비슷하지만 같은 증상을 다르게 진단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DSM 에는 300 개에 가까운 정신질환이 기재되어 있는데 그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은 바로 주요 우울 장애 (MDD) 이다. 미국에서는 1년에 인구의 10% 가까운 사람들이 우울증 진단을 받는다. 우울증과 쌍벽을 이루는 정신질환이 불안장애 (Anxiety Disorder) 이다. DSM 진단 체계에는 여러가지 종류의 불안장애가 있는데 (공포증, 사회불안장애, 일반불안장애 등) 다 합치면 거의 20% 가까운 미국인들이 불안 장애 진단을 받는다. 

그런데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의 대다수 (60%) 가 불안증을 앓고 있다. 그래서 우울증과 불안증은 같은 질환의 다른 증세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감기 증상에 열이 나는 것도 있고 콧물 나는 것도 있는데 열병과 콧물병으로 따로 진단하지 않는다. 게다가 우울증이나 불안증이나 같은 약을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논란은 정신질환에 대한 현대 의학과 심리학의 한계를 보여준다. 사람의 마음과 두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하여 아직 모르는 것이 많은 상태에서 진단과 치료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DSM 같은 진단 매뉴얼을 자주 업데이트를 한다. 새로운 정신질환이 추가되기도 하고 기존의 정신질환을 빼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동성애는 한때 정신질환으로 진단되었던 때도 있었다.  

또 한편으로는 심리학이 더 발달되어 사람의 마음과 두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완전히 파악하여 정신질환을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는 상상이 좀 섬뜩하기도 하다. 그렇게 된다면 사람의 마음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고 예측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마음의 작동 기제가 더 밝혀져도 완벽한 통제와 예측이 가능해지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너무 변수가 많고 변수간의 상호 작용도 많기 때문이다. 날씨의 기제에 대하여 많이 알아도 장기적인 기상 예보가 불가능하고 경제학이나 재정학 아무리 공부해도 주가 예측이 잘 안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