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심리학 개론

MBTI 의 문제점 (2) Sensing-iNtuition

by 심려자 2023. 10. 15.

MBTI 의 문제점 (2)  Sensing-iNtuition 

 

한국에서 MBTI 성격테스트가 유행하는 것을 보고 MBTI 의 문제점을 간략하게 요약하여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는데 (MBTI 성격 분류법의 문제점, https://www.mypsycho.info/entry/MBTI-%EC%84%B1%EA%B2%A9-%EB%B6%84%EB%A5%98%EB%B2%95%EC%9D%98-%EB%AC%B8%EC%A0%9C%EC%A0%90)

그 이후 MBTI 의 인기는 더 커져서 특히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CNN 에서 한국 젊은이들이 연애 상대를 찾을 때  지나치게 MBTI 에 의존한다고 경고할 정도다. 입시 경쟁 속에서 자란 한국 젊은이들의 학습 능력도 MBTI 유행에 일조했다고 본다. 

MBTI 는 미국에서도 많이 쓰이긴 한다. MBTI 테스트를 관장하는 회사 (Myers & Briggs Foundation) 는 매년 2천만불 정도의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그러나 MBTI 에 대한 학계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심리테스트는 타당성과 신뢰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MBTI 는 직장에서의 성공을 예측하거나, 잘 어울리는 애인 찾는데 도움이 된다는 증거도 없고 (타당성 문제) 같은 사람이 두번이상 MBTI 성격테스트를 했을 때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신뢰성 문제). MBTI 는 그래도 전혀 근거가 없다고 할 수도 없고 정말 말도 안되는 혈액형 성격론을 사라지게 한 공로도 있다. 심리학 교과서에 주로 다루는 (과학적인 근거에 MBTI 보다 우월하다고 인정받는) 성격 테스트는 Big 5 성격테스트이다. 이 둘을 비교하면 MBTI 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Big 5 성격 테스트는 다섯 가지 척도를 사용한다. (MBTI 는 네가지 척도를 쓰는데 후에 한가지를 추가해서 다섯 가지를 쓰는 버전도 있긴 하다.) Big 5 의 다섯가지 척도는 다음과 같다. 

1)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 (extrovert-introvert, 참고로 extrovert 대신 extravert 를 쓰기도 한다), 

2) 친화성 (사회성) 이 강한지 약한지 agreeableness  

3)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개방성 정도 openness to new experience

4) 근면 성실한지 아니면 게으른지 conscientiousness, 

5) 정서가 불안한지 안정적인지 neuroticism. 

Big 5 가 학계에서 인정하는 성격테스트 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적 인기가 MBTI 에 뒤지는 이유 중 하나는 Big 5 성격 테스트 결과가 부정적인 성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게으르고 (4번째 척도)  정서가 불안하고 (5) 주위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2번째 척도) 라는 성격테스트 결과가 나올 수 있는데 이런 성격 특성을 친구들과 재미로 얘기하기 어렵다. 그에 반해 MBTI 성격 테스트 결과는 “논리적인 사색가”, “열정적인 중재자”, “사교적인 외교관” 등등 다 긍정적이고 흥미롭다. MBTI 가 왜 문제가 있다고 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 MBTI 의 네가지 척도를 하나씩 살펴보고 MBTI 성격테스트 결과를 Big 5 척도와 비교하여 MBTI 성격 테스트 결과를 해석해 볼 수도 있을 것 이다.

MBTI 의 첫 번째 척도는 성격이 외향적 (Extraversion) 인지 아니면 내향적 (Introversion) 를 측정하는 것인데 이는 Big 5 에서도 쓰는 척도이고 엄밀하게 따지면 똑같지는 않지만 같은 개념이라 생각해도 좋을 듯 하다.

MBTI 의 네가지 척도 중 사람들이 가장 헷갈려 하는 것이 두 번째 척도가 아닐까 싶다. 대화 중에 성격이 T 냐  F 냐 (세번째) 또는  P 냐 J 냐 (네 번째) 는 많이들 따지는 데 S 인가 N 인가는 별로 얘기를 안 하는 경향이 있다. 잘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개념이 어려워서라기 보다는 애초에 개념 자체가 어설프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심리학에 이런 개념이 꽤 많다. 

S-N 척도는 정보를 받아들일 때 감각적인 정보에 더 의존하는지 (Sensing) 아니면 직관에 의존하는지 (iNtuition) 에 대한 차이라고 되어있다 (MBTI 공식 웹사이트). 그러나 막상 관련된 설문들을 보면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과 별 관계가 없어 보인다. 용어부터 문제가 있다. 외부 정보를 인식할 때 Intuition 은 Sensing 의 반대 개념이라기보다는 보완적인 개념이다. 반대 개념이 아니면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없다. MBTI 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 두 용어 (Sensing,iNtuition) 를 여러가지 의미로 쓰는 듯하다. 

 

Sensing 은

  • 미래보단 현재에 집중하고 
  •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며 
  • 추상적이기보단 구체적인 것을 좋아하고 
  • 행간을 읽기보단 문자 그대로 해석하고 등등의 특성을 가리킨다. 

위에 열거한 문항들이 같은 성격 특성을 가르키는 것인지 의아스럽다. 예를 들어 “미래보다 현재에 집중“  하는 사람들이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인 사람인가 (그 반대아닌가)?

한편 iNtuition 은

  • 상상력이 풍부한지, 
  • 오감보다는 직관을 믿는지 (이러면 안될 것 같은데), 
  • 미래 지향적인지, 
  • 겉으로 드러난 것 보다는 숨어있는 의미를 찾으려 하는지, 
  • 나무보다 숲을 보려 하는지, 
  • 일상적인 것 보다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지, 
  • 깊게 생각하는 스타일인지 등등을 가르킨다.

MBTI 용어에선 직관 (iNtuition) 이라는 말을 현대 심리학에서 쓰는 의미와 다르게 쓴다. 직관은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고 유용하기도 하지만 헛점이 많은데 (직관의 헛점을 지적한 연구는 노벨상을 받았다). MBTI 에선 직관이라는 개념을 긍정적으로 확대해 쓰고 있다. (통찰력, insight, 라는 개념과 혼동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현대심리학에서 직관적 사고는 분석적 사고의 반대적인 개념으로 이해하는데 MBTI 에선 오히려 거꾸로 iNtuition 유형의 사람들을 소위 “분석가” 로 해석한다. 과학적이지 않은 개념이나 이론에 대해서 평가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원작자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그러한 용어를 썼는지 추측해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Big 5 성격론 관점에서 MBTI 의 S/N 척도에 해당하는 것을 굳이 찾자면 사고의 개방성 (Openness to New Experience) 척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개방성이 높은 사람은 지적 호기심과 상상력이 풍부하고 창조적이고 통찰력 (insight) 이 있고 다양한 관점에서 사물을 볼 수 있는 사람이고 개방성이 낮은 사람은 변화나 새로운 것을 싫어하고 생각이 단순한 사람이다. 이렇게 보면 N (iNtuition) 은 통찰력 (insight) 이 있는 사람이고 S 는 생각이 단순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