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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위 불안 (Status Anxiety)

by 심려자 2009. 3. 4.

지위 불안 (Status Anxiety)

알랭 드 보통 (Alain De Botton, 발음을 내가 제대로 한 건지는 모르겠다.) 은 사회적 지위 (status) 를 다른 사람들이 나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 하는 가로 정의하고 겉으로는 안 그런 척 해도 이런 사회적 지위에 대하여 사람들은 아주 신경을 많이 쓰고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지위를 높이려 애쓰고 또 떨어질까 봐 불안해하고.

지위 불안의 원인은 첫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남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강한 욕구 때문 이라고 보통은 주장한다. 사람들에게 가장 잔인한 형벌은 사회에서 철저하게 무시당하는 것이라는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윌리엄 제임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고 사랑 받는 것은 개인적/성적 욕구의 추구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욕구 중 하나라는 것이다.

지위 불안의 두 번째 원인은 현대에 들어와 사람들의 기대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신분이 태어날 때 결정되어 고정되어 버리는 옛날 계급 사회 때는 사회적 지위가 본인의 의지나 노력에 의해 결정되지 않았지만 현대 사회엔 원칙적으로 '평등 사회' 가됨으로서 자기와 비교가 되는 '준거 집단' 의 범위가 넓어지고 '누구나 맘만 먹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라는 믿음이 더욱 지위 불안을 가중 시켰다는 것이다. 더구나 산업 혁명 이후 사회가 전반적으로 과거에 비해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고 세습적 계급이 없어지면서 돈이 지위를 나타내는 가정 중요한 수단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래도 예전에는 가난하다는 것이 지위 불안 같은 심리적 불만을 덜 야기 하였는데 그런 배경에는 세 가지 오래된 '이론' 가 있다.

(1)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한 것이 자기 책임이 아닐 뿐더러 가난한 사람들은 사회에서 가장 유용한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농민들이 땀 흘려 곡식을 수확하기 때문에 부자들도 먹고 사는 것이다.

(2) 지위가 낮은 것이 도덕적 열등감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예수는 가난했고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다.

(3) 부자는 악하고 타락한 사람들이고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해서 부자가 된 것이다. 이런 믿음에 대하여 저자는 루소와 맑스를 인용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엔 그에 맞서는 다른 세 가지 이론이 생겼다. 이 이론들은 지위 불안을 가중 시키는 이론들이다.

(1)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라 부자들이야 말로 사회에 유용한 사람들이다. 여기서 저자는 아담 스미스를 인용하는데 부자들의 욕심과 탐욕은 오히려 사회 전체적 부를 증가시키고 가난한 사람들의 일자리를 마련해 준다는 이론이 그 중 하나이다.

(2) 현대는 능력 위주 사회 (meritocracy) 이다 그러므로 지위는 도덕적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지위가 높은 사람은 재능이 있고 부지런한 사람이다.

(3) 가난한 사람들은 게으르고 멍청한 사람들이다. 여기서 저자는 자수성가한 '철강왕' 카네기를 인용한다. 그는 자선 사업을 하긴 했지만 술 취하고 게으른 가난한 사람들 도와주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보았다.

지위 불안을 가중 시키는 원인으로 저자는 또 사람들의 속물근성을 든다. 사람들이 자기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은 우러러 보고 지위가 낮은 사람은 깔본다는 것이다. 그렇게 속물근성이 큰 사람일수록 남들이 자기의 지위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걱정을 더 많이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지위를 나타내는 가장 큰 수단 중 하나는 비싼 것들을 소유하고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지위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철학적인 해결 방법으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방법이 있다. 사실 일반 대중들의 의견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사실 우매한 대중이라는 말이 있듯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은 사실 틀릴 때가 많다. 저자는 이에 대하여 쇼펜하우어를 인용한다. "지구에는 대화를 나눌만한 가치조차 없는 사람들로 우글거린다." . " 만일 소리를 아예 듣지 못하는 청중들이 연주가 끝난 뒤에 크게 박수를 친다면 음악가는 기분이 정말 좋을까?"

예술에서 위로를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거의 모든 예술 작품의 주제는 기존 사회에서 누가 더 중요한 사람인가에 대한 가치 체계에 대한 비판이요 도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정치적 여론을 바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상적인 인간형은 시대에 따라 변해 왔다. 에를 들어 기원전 400년 경 스파르타에선 공격적이고 싸움 잘하고 양성애 적이고 비 가정적인 전사가 이상적 인간형 이었고 중세 유럽에선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고 살생을 피하는 성자 (Saint) 적 사람이 이상적 인간형이었다가 중세 후기엔 이슬람교도들을 잘 죽이는 기사가 이상적 인간형이 되었다. 근대 영국에선 춤 잘 추고 연애 잘하는 신사 (Gentlemen) 가 이상적 인간형이었고 현대엔 자기 능력으로 돈 잘 버는 사람이 이상적 인간형으로 취급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사람들이 돈 잘 버는 것이 곧 똑똑하고 용기 있고 창의적이고 끈질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종교도 지위 불안을 달래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평생을 남들이 인정해 주는 성공적인 사람으로 살아오려고 애쓰고 또 어느 정도 그것을 달성한 사람이 갑자기 병을 얻어 죽음을 생각하게 되자 자기가 이루어 왔고 또 이루고자 했던 것들이 얼마나 덧없었는지를 느끼는 이야기를 다룬 톨스토이의 소설 (The death of Ican Ilyich 1886) 을 예로 든다.

지위 불안을 달래는 마지막 방법으로서 저자는 보헤미아 (Bohenmia) 에 대하여 얘기한다. 원래 집시를 의미했던 보헤미아라는 말은 19 세기 초반 당시 부르주아 적 가치관에 반발하는 새로운 집단의 사람들을 지칭하는데 그들은 돈이나 사업 물질적 성공에 대하여 신경 쓰지 않고 감정에 충실하고 예술을 중시하고 성적으로 개방된 사람들이었다. 보헤미안들은 누가 사회적으로 존경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에 대하여 당시 부르주아 계급의 가치관에 반발했다. 보헤미안들에게 이상적인 인간형은 사회에서 존경받는 좋은 직장에서 뛰쳐나와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만들고 친구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다. 어떤 사람은 20 세기 초 뉴욕의 그린위치 빌리지를 진정한 보헤미아라고 불렀는데 그 이유는 그곳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Duchamp 1915)

소로우 (Henry Thoreau 1845) 의 월덴 (Walden) 이라는 작품은 19 세기 미국의 보헤미아 정신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어떤 사람이 가난하다는 것은 꼭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실패한 패배자라는 뜻이 아니라 돈 버는 것 말고 다른 목적을 위해 에너지와 시간을 집중한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헤미안들도 자기 주변 사람들의 의견에 대하여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을 친구로 삼기도 하고 한군데 몰려 살기도 한다.

보통은 끝으로 지위 불안의 해결은 가치 기준의 다양화에 있다고 쓴다. 사회적 지위나 인정이 꼭 하나의 기준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고 한 개인은 그 중 어떤 기준을 선택할지에 대하여 자유로워 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성공 했는지 실패했는지에 대하여 어떤 시대 어떤 사회에서 다수가 채택하고 있는 기준 (현재는 물질적 성공) 에 대하여 비판적이고 대안적인 가치 기준이 존재하고 또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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