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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개론

기억력의 천재들

by 심려자 2020. 12. 31.

기억력의 천재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기억력이 나쁨을 한탄한다. 천재적인 기억력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암기력에 비중을 많이 두는 시험을 준비  해야 하는 학생들은 특히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교과서를 한 번 읽고 내용을 다 기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천재적인 기억력을 가진 사람들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 S 로 알려진 러시아 (구소련) 의 Shreshevsky 이다. 그의 기억력은 심리학자인 루리아가 쓴 책 (The Mind of a Mnemonist) 을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S 는 모스크바의 한 신문사 기자였는데 회의 시간에 그날 취재 해야 할 일 들을 필기를 하지 않는 것을 본 상사가 화를 내자 S 는 오히려 다른 사람들은 한번 들은 것을 다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에 놀랐다고 한다. S 의 기억력에 놀란 상사는 S 를 심리학자, 루리아에게 보냈고 루리아는 차츰 더 많은 양의 정보를 주면서 S 의 기억력의 한계를 시험해 보려 했으나 한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그때 암기했던 숫자들을 15년 후에도 기억하고 있었다. 루리아는 30년에 걸쳐 S 를 관찰했다. 자신의 기억력이 비상함을 깨달은 S 는 기자를 그만두고 자신의 기억력을 보여주고 돈을 버는 일을 시작했다. 소련의 비밀 경찰은 그의 기억력을 이용하려 했으나 S가 비협조적이자 그의 공연을 훼방하였고 S 는 가난하게 처자와 함께 지하 아파트에서 살았다. S 는 정신병원에서 죽었다는 얘기도 있는데 술을 너무 마시다 그에 관련된 병으로 죽었다 한다. 암기에 관련된 시험 성적이 아주 중요시 되는 환경에 살았더라면 좀 더 편하게 살았을까?

 

S 의 기억력은 그의 synesthesia (공감각) 능력 (또는 증상) 과 관련이 있다. 공감각이란 오감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어 소리를 "듣고" 색깔을 "보는" 현상을 공감각이라고 한다. 약 4% 의 사람들이 이런 증상을 보인다. 가장 흔한 예는 숫자를 보고 색감을 느끼는 것이다 (예를 들어 1 은 빨간색이고 2 는 파란색이고 ...). S 는 무슨 소리를 들으면 단순히 그 소리를 듣는 것 뿐 아니라 다양한 감각적 경험을 하였다고 한다. 예를 들어 종소리를 들으면 소금물 맛을 느끼기도 하였다. 그러니까 외워야 할 난수표 숫자들을 들으면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경험하니까 외우기가 쉬운 것이다. 게다가 S 는 상상력이 아주 뛰어나 자신이 상상한 것과 실제 경험을 구분하지 못할정도 였다고 한다. 또 장소를 이용한 기억법 (method of loci) 도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미국 사람으로서 기억력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Kim Peek (Laurence Kim Peek) 이라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 많이 유명해진 이유는 아카데미 상을 수상한 영화 Rain Man 의 모델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시간에 책 한권 씩 외울수 있었고 만이천권 이상의 책을 외웠다고 한다. 그는 또 사람들에게 생년월일을 물어본 후 그날이 무슨 요일이었는지 그날 톱 뉴스가 무었이었는지 알려주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의 기억력의 비결은 선천적으로 기형적 두뇌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지능이 높지 않았고 행동 장애가 있어서 누가 돌봐 주어야 생활할 수 있었다. 일반적 지능이 낮지만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사람을 사반트 (Savant) 라 부르는데 이 사람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최근에 미국서 기억력으로 유명해진 사람이 Jill Price 라는 사람인데 The woman who can’t forget 이라는 회고록을 썼다. 그녀는 14 살 이후 매일 매일의 일상과 그날의 주요 뉴스를 아주 세세히 기억할 수 있다고 한다. 친구의 약혼식에서 친구가 한 일을 본인보다 더 정확히 기억할 수 있었다. 뉴저지에서 학교를 다니다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캘리포니아로 이사가게 되었을 때 자기가 살던 곳을 망각하기 싫어 세세한 일상을 일기에 쓰고 기억에 담아놓기 시작했는데 그 버릇이 평생 지속되었다는 것이다. 그녀의 놀라운 기억력은 그러나 자신의 일상적 경험에 한정되어 있었고 교과서 지식등 공부에 관련된 기억은 그리 뛰어나지 못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