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칠기삼이란, 잘 아시다시피, 세상사의 성패가 노력이나 재주보다 운에 많이 좌우된다는 말이다. 이 말에 공감하는 정도가 좌파-우파 정치 성향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있다. 좌파가 이 말에 더 공감한다는 말이다. 성공하고 돈 잘버는 것이 운에 크게 좌우 된다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사회보장 제도라든가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는 것에 대하여 거부감이 적을 수 밖에 없다. 우파적 성향이 강할수록 기존 위계 질서에 대한 존중심이 강하고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이 크다. 높은 사람이 그 자리에 있는 이유가 그 사람의 능력과 노력 때문이고 그런 사람이 대접을 더 잘 받는 것이 공정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우파라고 해서 무조건 운의 역할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파는 운의 개념에 대해서도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운이 좋고 나쁘고가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무작위적인 현상이 아니라 재능처럼 특정 사람을 따라 다닌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즉 운도 타고난 것이니 실력이건 노력이건 운이건 성공하고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그럴 자격이 있다는 믿음이 좌파보다 강하다.
운이라는 것이 정말 통제나 예측이 불가능한 무작위적 현상 (공정한 주사위 같은) 이 아니라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 여러가지 미신이나 점술그리고 기복 신앙과 관련되어 있다. 보수 기독교가 우파와 연계되어 있는 것도 이런 생각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어떤 초자연적인 존재에게 기도하거나 재물을 바쳐서 운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면 운도 노력의 일부가 된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일까? 운이 차지하는 비중이70% 인지 30% 인지 따지는 것은 무의미 일일 것이겠지만 어려운 일의 성패가 노력과 재능 뿐 아니라 운도 좋아야 한다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운칠기삼을 믿지 않고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수 있다고 믿는 것이 사실 경쟁에서 유리하다.더 열심히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 운이라고 생각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운이 좋아도 그 운을 사용할 기회조차 없어진다. 사실이 아닌 것을 믿는 것이 사는데 유리한 경우도 많다. 물론 손해 보는 경우도 많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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