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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나라

by 심려자 2018. 3. 22.




부자들의 나라
 
오랜 만에 한국을 방문하려고 비행기 표를 사면서 비즈니스 석은 얼마인가 물어보았다.  지난 번에 한국 갔다 오는 비행기의 이코노미 석에 앉아 졸다가 목 디스크에 걸려 몇 달 고생한 적이 있었던 것이다.  조금 더 비싸면 살까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4000불 가까이 차이가 나서 포기했다.   이코노미 석 가격의 세배 가까이 되는 것이다.  일등석은 물어보지도 않았지만 한 만이천불 (천오백만원) 쯤 한다고 한다.   3등석 (이코노미) 대신 1등석이나 2등석 비행기 표를 자기 돈으로 사면서 아깝지 않다고 느낀다면 내 기준으로는 돈이 많은 사람 -- 부자이다.  
 
마침 비행기 안에서 읽은 책이 “부자들의 나라” Richistan 라는 책이다.  Wall Street Journal 기자인 프랭크 (Robert Frank) 라는 사람이 미국의 부자들이 어떻게 사는지에 대하여 취재하여 쓴 책이다.  저자는 미국 내에 부자들만의 세계가 따로 존재한다고 규정하면서 먼저 부자들을 세 단계로 나눈다.  
 
“하류층” 부자는 재산이 백만불에서 천만불 정도 되는 사람으로서 평균적인80만불 (10억?) 정도되는 집에 살고 주 수입원은 월급이나 소규모 사업이다.  미국에 이런 하류 부자들이 7-8백만 가정 정도 된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을 부자들 사이에선 “진짜 부자” 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중류층 부자는 재산이 천만불에서 일억불 정도 되고 3백만불 이상 되는 집에서 살고 주 수입원은 소유하고 있는 사업체이거나 금융 재산 등이다.  미국에 이런 부자들이 약 2백만 가정이 있다고 한다.
 
상류층 부자는 1억불에서 10억불 정도의 재산을 가진 사람들로서 기업체를 가지고 있거나 가지고 있는 재산이 재산을 만드는 사람들로서 천만불이 넘는 집에서 산다고 한다.  미국에 이런 사람들이 수천명 정도 된다고 한다.
 
BMW 나 Mercedes 또는 명품 가방이나 옷 등이 잘 팔리는 이유는 하류층 부자들이나 부자가 아닌 사람들이 자기들이 부자로 보이기 싶어서 라는 것이다.  중 상류 층 부자 중에는 이렇게 대중화 된 고급 상품을 피하고 대중에게는 덜 알려져 있지만 자기들끼리는 아는 초 고가품을 선호한다고 한다.  또 하류 부자들은 자기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적인 공화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아주 강한데 비해 재산을 증식해 진짜 부자기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덜한 상류 부자들 중에는 환경 문제나 사회 정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도 많다고 한다.
 
부자들은 여러 가지 시설이 있는 집에 살고 있고 또 그런 집이 여러 채 있어 집안 일을 돌보아 주는 사람들이 필수적인데 이렇게 집 관리 해 주는 사람들의 연봉이 10만불 (억대) 되는 경우도 있고 집사장 (Butler, house management) 학교도 있어서 대학 졸업 뒤 만불 (천만원) 대의 등록금을 내고 이런 학교를 다니는 사람도 많이 있다고 한다.  요리사, 청소부, 정원사 새 먹이 주는 것만 전담하는 사람 등 수십명이 넘는 인원을 여러 채의 집 관리를 위해 고용하고 있는 부자도 많다고 한다.  하인 학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부자집 아이들을 모아 놓고 재산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는 학교도 있고 또 부자들끼리 돈이 많아서 생기는 고민들을 서로 털어놓고 서로 상담해 주는 정기 모임도 있다고 한다.
 
***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려고 탑승 구 앞에 의자에 앉아 길게 줄지어 탑승하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늘 거의 맨 나중에 비행기를 탄다.  어차피 자리는 정해진 것이고 미리 타 봤자 좁아터진 이코노미 석에 열네 시간 묶여 앉아 있어야 하는데 뭐 하러 줄까지 서가며 일찍 타려고 하는가?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거의 없어져서 비행기를 타려 하는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승무원이 비행기를 타려는 내 보딩 패스를 기계 안에 넣으니 빨간 불이 들어오면서 경고음이 나는 것이다.  그걸 보더니 승무원이 다른 티켓을 빼 주면서 비즈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드 되셨습니다 한다. 난 멍하게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티켓을 받아 들고 혹시 맘 변할까 봐 서둘러 비행기에 올랐다.   이코노미 석 타고 한국 갈 때 20시간쯤 느껴지던 비행시간이 돌아올 땐 한 세시간 쯤으로 느껴졌다.   무엇보다 편하게 잠을 길게 잘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가지 나쁜 점도 있긴 하다.  비행기에서 거의 잠을 못 자고 내렸을 땐 그날 밤에 잠이 잘 와서 시차를 금방 극복했는데 비행기에서 잘 자고 내렸더니만 밤에 잠이 안 와서 새벽 5시인 지금도 정신이 말똥말똥 한 것이다.   이것도 부자들의 고민인가?


2009년에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