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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학 기행 2 - 캔터베리 이야기

by 심려자 2021. 2. 20.

영문학 기행 2 캔터베리 이야기

1340 년대 (고려말 공민왕 때 쯤) 셰익스피어보다 약 220 여년전 에 태어난 Geoffrey Chaucer 쵸서는 영문학의 아버지라 불린다. 영어로 최초로 문학작품을 쓴 사람들 중 제일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전까지는 영어는 하층민들의 언어였고 주로 라틴어로 (아니면 이탈리아어 또는 프랑스어로) 썼다고 한다. 쵸서는 주로 공직 생활 (관리, 왕의 비서 외교관 등등) 을 했기 때문에 셰익스피어보다 200년 전 사람인데도 그에 대한 기록은 훨씬 더 많다고 한다. 프랑스와의 100년 전쟁에도 참전 했다가 포로로 잡혔는데 영국왕이 몸값을 많이 지불하고 석방시켜 주었다니 왕의 신임을 많이 받았던 듯하다. 

캔터베리 중심가에 있는 초서의 동상. 중세 복장을 한 여인은 내게 무슨 공연인지를 보러 오라고 했다.

쵸서의 대표작은 Canterbury Tales 이다. 캔터베리 이야기는 성 토마스 베켓의 유골이 모셔져 있는 캔터베리 성당으로 순례를 가는 사람들이 여관에 모여서 각자 자기 얘기를 하는 형식의 소설이다. 토마스 베켓은 캔터베리의 주교였는데 왕 (Henry 2 세) 과 대립했고 왕을 지지하는 기사들에 의해 성당 안에서 1170 년에 살해당했다. 그러자 교황은 그를 성인으로 추대했고 이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유골이 모셔진 캔터베리 성당으로 순례를 가게 된 것이 작품의 배경인 것이다. 성 토마스 베켓은 약 400년 후 (1538년에) 헨리 8세가 로마 교황청과 대립하며 영국 국교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또 한번 수난을 받는다. 그의 유골과 추모 시설을 없애고 그의 이름도 기록에서 없애라고 명령했다. 유골과 추모 시설은 없어졌지만 그의 기록은 없어지지 않았다. 지금은 로마 카톨릭과 영국 국교 양쪽 다 성인으로 모시고 있다고 한다.

Bath 의 여인

캔터베리 이야기 중 가장 많이 알려진 부분이 Wife of Bath 편이다. 중세 영어에 와이프가 여인이라는 뜻으로 쓰여졌다고 하니 Bath 에서 온 여인이라는 뜻이다. 대학교 1학년 때 Norton Anthology 라는 이 세상에서 제일 두꺼운 교과서에서 유일하게 읽은 기억이 나는 작품이 Wife of Bath 이다. 그나마 사전 찾으며 읽다가 포기했는지 다 읽고 나서도 무슨 얘긴지 모르겠어서 그랬는지 당시에 학교 도서관에서 아주 오래된 번역본을 찾아냈다. 그 번역서는 Wife of Bath 를 기발하게도 “욕녀” 라고 번역해 놓고 있었다. 돈 많은 여인이 다섯번 결혼 한 얘기인데 여자들은 나대지 말라는 얘기인지 아니면 반대로 여권신장을 하자는 건지 좀 아리송한 내용이다.

Bath 에서 유명한 관광지인 The Roman Bath. 저기서 수영하다가 뇌먹는 아메바에 감염되어 사망한 사례가 있다고.

캔터베리는 세익스피어와 동시대 극작가인 Christopher Marlowe 크리스토퍼 말로우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사실 켄터베리는 쵸서보다 말로우를 더 자랑스러워 하는 것 같다. 그는 셰익스피어 작품의 원작자가 아니었을까 라는 의심을 받는 사람 중 하나이다. 셰익스피어와 동갑이지만 훨씬 먼저 (29살 때) 죽었다. 술집에서 싸우다가 칼에 맞아 죽었다고 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그 이후이다. 말로우가 셰익스피어 작품의 원작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말로우가 무신론자라는 이유로 재판을 받고 사형에 처해질 것 같으니까 스스로 죽은 것처럼 일을 꾸미고 셰익스피어 라는 필명으로 작품을 썼다는 것이다. 말로우는 세익스피어 처럼 평민으로 태어났는데 (세익스피어 아버지는 장갑 만드는 사람이었는데 말로우 아버지는 구두 만드는 사람 이었다고) 장학금 받고 케임브리지 대학에 진학하여 학사와 석사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또 엘리자베스 시대의 007 이었다는 설도 있다. 그가 왕실의 비밀 정보원 이었음을 암시하는 문서가 있단다. 말로우가 셰익스피어 원작자가 아니었더라도 그가 죽기 전에 쓴 작품들은 높이 평가되고 있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그의 영향이 많이 보인다고 한다. 그의 작품 중에는 지식과 권력을 얻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이야기인 Doctor Faustus 가 잘 알려져 있다. 독일 전설에 바탕을 둔 희곡인데 후에 독일의 괴테도 같은 소재로 작품을 썼다.

Canterbury 의 처녀뱃사공. 자기 동네의 말로우가 세익스피어의 원작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한다.
배타고 가다보면 Christopher Marlowe 극장도 지나간다.
마녀재판에 사용했다는 의자. 물에 빠뜨려서 살아나면 마녀 죽으면 마녀가 아니라고.

 

Canterbury 의 인기 관광 상품 중 하나인 River Tour. River 라기에는 너무 작은데 지금은 예뻐보이지만 중세 시대엔 하수도 역할을 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