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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진화 (The Evolution of God by Robert Wright)

by 심려자 2018. 3. 17.

신의 진화 (The Evolution of God by Robert Wright)

 



이 책의 요점은 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책의 제목처럼 진화 (변화) 해 왔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약성서에서 배타적인 부족신이었던 야훼는 신약성서에선 좀더 포용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지니는 신으로 “진화” 했다고 볼 수 있다. 뭐 아주 놀랍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비슷한 류의 책과는 달리 이 책은 종교나 신의 존재를 긍정적인 시각에서 보려고 애쓰고 있다. 신 또는 신성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고 인간의 신에 대한 이해가 이렇게 실제로 존재하는 신의 모습에 접근해 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태도는 이 책의 저자 (Robert Wright) 가 쓴 다른 책들 (예를 들어 Moral Animal) 에서도 읽을 수 있다. 

 

요새 서구 지식인 층에서 전통적인 의미의 종교 (기독교) 를 믿는 사람은 미신 믿는 사람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옥스포드 대학 교수이자 이기적인 유전자 등 베스트 셀러의 저자이기도 하고 현대 무신론자의 대표자 격인 더킨스 (Richard Dawkins) 는 아예 기독교나 이슬람교 같은 배타적인 종교는 공존 아니면 공멸을 염려해야 할 현대 사회에선 인간에게 해가 된다고 보고 미신 타파 하듯이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또 한편 이 책의 저자나 행복 심리학 (긍정적 심리학) 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셀리그만 처럼 종교를 포용하려 하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려는 사람들이 있다. 더킨스가 후자의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은 템플턴 재단의 연구 지원 즉 돈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는 식으로 비꼬는 글을 쓴 것을 본 기억이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억만장자인 템플턴이라는 사람이 만든 템플턴 재단은 영적인 문제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를 많이 지원하고 따라서 친 종교적인 연구를 지원하는 경향이 있다.  템플턴 상은 이런 식의 연구에 큰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주는 상으로 노벨상보다 상금이 많다고 한다.

 

나도 처음엔 더킨스의 입장에 공감했고 수천년전에 씌어진 종교 경전을 문자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믿는 식의 원리주의적 기독교나 이슬람교는 옛날에 계몽운동 하듯이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 이 책의 저자가 정말 템플턴 재단의 영향으로 “친 종교적” 인 책을 썼는지 몰라도 (셀리그만이 쓴 책에 보면 이 책의 저자가 템플턴이 초청한 여러 학자들과 식사했다는 얘기가 나오긴 한다) 요새 난 종교를 좀 더 긍정적인 입장에 보게 되었고 이 책의 저자의 입장에도 상당히 공감을 하게 된다.  그러나 물론 이 책이 “친 종교적” 이라는 말은 좀 지나친 표현일 수 있다.  이 책 저자도 현재 있는 그대로의 종교 (아브라함 계통의 세 종교) 에 대해선 비판적이다.

 

이 책의 내용 중 특기하고 싶은 내용이 몇 가지 있는데 첫째는 종교의 기원에 대한 것이다. 종교의 기원은 인간에게 몸과 분리되는 영혼이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시작했고 인간에게 영혼이 있다라는 생각은 꿈 같은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 생겨났을 가능성이 있으며 영혼이라는 개념은 사람뿐 아니라 동식물이나 나무나 돌, 바람, 해, 달, 바다 등도 영혼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확대되었고 그 중 특히 인간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들의 영혼은 신이라는 개념으로 발달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종교란 이런 신들과의 교감을 통해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환경을 바꾸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바람의 영혼 (또는 신) 에게 기도를 해서 바람을 그치게 하거나 방향을 바꾸게 한다거나 하는 것이다. 또 이런 영혼 또는 신이 개념적으로 통폐합 되면서 신의 숫자가 줄어들었고 결국 유일신 사상까지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비의 영혼과 바람의 영혼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다가 날씨를 통제하는 신이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유대교 (와 그에서 출발한 기독교, 이슬람교) 에서 유일신의 개념이 어떻게 발달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논의도 재미있다. 저자는 유일신 사상이 선지자가 신의 계시를 받고 갑자기 만들어 낸 것이 아니고 서서히 생겨난 것이라 주장한다.  예를 들어 유대인들은 일부에선 엘 이라는 이름을 가진 신을 일부에선 야훼라는 이름의 신을 섬기고 있었는데 두 부족이 합쳐지면서 두 신이 합쳐지게 된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구약성서엔 때로는 엘이라는 이름으로 신을 지칭하고 때론 야훼라는 이름으로도 신을 부른다고 한다 (구약 성서엔 또 다신교처럼 여러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듯한 구절도 많이 있다고 한다). 당시엔 나라마다 또는 부족마다 다른 신을 그것도 여러 신을 믿고 있었고 국가간에 우호적인 교류가 시작되면 다른 나라의 신도 받아들이고 그런 신을 모시는 신전을 만드는 것은 흔한 일이었는데 그러다가 성격이 비슷한 신들은 통합되곤 했다고 한다. 

 

이스라엘 민족의 유일신 사상의 시작은 신이 하나라는 생각이 아니고 자기 민족의 신 만을 섬겨야 한다는 민족주의적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강대국에 둘러싸여있던 이스라엘 내에서 다른 나라와의 교류를 선호하는 개방파와 그를 반대하는 파로 나뉘어 있었는데 반개방파들의 다른 나라 (부족) 의 신을 믿어선 안 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아예 다른 부족들이 믿는 신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유대국가가 아예 망한 뒤라고 한다. 나라가 망했으면 자기 나라의 수호신 즉 야훼에 대한 믿음도 사라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결과일 텐데 유대인들은 거꾸로 이스라엘이 망한 이유가 자신들의 신 (야훼) 의 의도였다고 받아들였다고 한다. 신이 다른 나라를 이용해 신앙심이 부족한 유대인들을 벌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타국 민들도 다 유대신의 통제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고 따라서 타국 민들이 믿고 있는 신들은 사실 다 가짜이고 자기들의 신이 유일하게 진짜 신이라는 유일신 사상이 생겨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의 끝 부분에서 신의 존재를 변호하는 몇 가지 논리를 제시한다.  먼저 인간의 도덕성이 좀 더 보편적인 타당성을 가지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는 것 즉 자기 가족이나 부족을 넘어서서 특별한 관계가 없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국가의 사람들과도 상생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도덕성이 발달 또는 진화해 왔다는 것 자체가 신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개인적인 부탁도 들어주고 감사와 사과도 받아주는 인격적인 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물리학자들은 물질의 기본적인 구성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지구와 달의 관계처럼 핵 주위를 전자가 돌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좀 더 최신 이론으로서 튕겨진 기타줄 같은 것 (string theory) 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것이라고 믿기 보다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런 것인데 신에 대한 이해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종교를 좀더 긍정적으로 보게 된 이유는 인간이라는 것이 단세포 생물로부터 진화를 통해 우연히 생겨난 동물일 가능성이 많고 인생이라는 것이 또 인간 세상이라는 것이 다 무의미한 것을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나서부터이다.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게 되어있고 따라서 인생의 의미를 추구하게 되어 있어서 인생의 의미가 없으면 억지로라도 만들어야 하는지 모른다. 종교란 그렇게 억지로라도 만든 의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종교나 신의 개념이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계속 진화/변화할 수 있고 그러면서 차츰 과학과의 모순도 없어지고 논리적 모순도 없어지고 도덕적으로도 더 납득이 되는 것이라면 (즉 신의 개념도 내 블로그의 이름처럼 작업 가설로서 점점 더 타당성이 있는 가설로 발전할 수 있다면) 나는 종교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현재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는 대로의 종교나 신은 빨리 좀 진화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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