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심리학 개론

매슬로우의 자아실현

by 심려자 2021. 6. 16.


매슬로우의 자아실현

동기 심리학에 관련된 이론 중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이 매슬로우 (Abraham Maslow 1908-1970) 의 피라미드론 (Hierarchy of Needs) 일 것이다 (사실 피라미드의 비유 자체는 매슬로우가 한 것이 아니라 후에 생긴 것이라고 하지만). 이 피라미드의 바닥에는 식욕, 수면욕등 생물학적으로 필수적인 동기들 (1. Physiological Needs) 이 놓여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제일 먼저 이런 욕구들이 충족이 돼야 그보다 위에 있는 욕구들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위에 안전과 안정에 대한 욕구 (2. Safety & Security) 가 있고, 그 위에 사랑이나 소속감 등 사회적 욕구 (3. Social Needs) 가 있다. 여기까지의 동기가 모두 충족이 되면 그 다음에는 남들에게 존경받고 싶거나 자부심을 느끼고 싶은 욕구 (4. Esteem needs) 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아들러 (Adler) 같은 심리학자는 현대 사회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단계에서 고전한다고 주장한다. 이 단계에서 실패하여 열등감을 느끼고 열등감은 정신 건강을 해치는 주 원인이라는 것이다. 존경에 대한 욕구는 또 다른 사람으로 부터의 존경과 자기 자신으로 부터의 존경 두 가지로 나누기도 한다.

만일 이런 욕구들을 모두 넘어선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바라겠는가? 사랑도 돈도 명예도 다 가지고 있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매슬로우의 피라미드 꼭대기에 위치한 것이 자아실현의 욕구 (5. Self-actualization) 이다. 다른 모든 욕구가 모두 충족되거나 초월하면 자아실현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자아실현이란 무엇인가? 자신만이 가진 독특한 능력을 충분히 이용하여 가능한 한 자기가 될 수 있는 최고의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정의되어있다. 화가는 그림을 그려야 하고 음악가는 음악을 해야 하고 시인은 시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매슬로우는 자아 실현된 사람은 종종 산 정상에 선 듯 한 체험 (Peak experiences) 을 하는데 이는 궁극적인 진리를 의식하고 세상과 하나가 되며 시공간에 대하여 잊어버리고 환희를 느끼는 경험이라고 한다.

매슬로우는 나중에 지적 욕구와 심미적 욕구를 자아실현 바로 밑에 추가하였고 초월의 욕구를 자아실현 위에 또 추가하였다. 초월의 욕구란 자기를 넘어서서 다른 사람들과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등 더 큰 목적을 위해 살고 싶어 하는 욕구를 말한다. 개인적으론 자아실현보다는 초월의 욕구가 더 공감이 간다. 매슬로우는 대표적인 인본주의 (Humanistic) 심리학자 중 하나이다. 인본주의 심리학은 당시 심리학의 주류 이론들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되었다. 당시에 두가지 이론 체계가 주도적이었는데 하나는 인간을 무의식적 성적 충동에 의해 움직이는 동물같은 존재로 보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이론이었고 또 하나는 인간을 보상과 처벌에 의해 성격이 형성되는 존재로 본 행동주의였다. 인간에게는 기본적인 생존 본능도 있지만 그것을 초월하는 고차원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인본주의 심리학이라 볼 수 있다.

매슬로우의 동기 이론은 그럴듯하고 일리도 있지만 과학적 측면에서는 크게 평가받지 못하는 이론이다. 자아실현이란 개념은 모든 사람, 동물, 심지어 식물도 타고난 목적이 있다는 믿음에 바탕을 둔 것이다. 매슬로우 당시에 그런 생각이 유행했었는데 그런 믿음에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자아실현이라는 개념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아서 한다는 (또는 해야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런 의미에서 유용한 개념일 수 있다. 그런데 자아실현의 개념에 사회적 가치가 포함되어 있는 점도 과학적인 개념으로서의 문제점을 드러낸다. 의사가 될 수 있었는데 포기하고 시인이 되는 경우엔 자아실현이라는 개념을 쓰지만 그 반대의 경우엔 잘 안쓰려 한다. 또 남들을 속이는데 천재적인 소질이 있어서 희대의 사기꾼이 되는 경우엔 자아실현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